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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 채널을 이리저리 돌리다가

IMF 시절로 보이는 소품들이 보이고

김태리가 나오는 장면이 있길래

잠시 멈추고 보기 시작한다.

 

 

 

아르바이트생은요?

손님이 없어서 일찍 보냈어

왜?

줄게 있어서

집으로 가봐

가는 김에 이것도 전해 주고

집이 어딘데요

 

 

 

 

김태리가 어느 골목길을 들어가고 있는데

소리가 들려온다

네 아버지 어디 있어

모른다고 잡아뗀다고 해결될 일이 아니야 지금

집 팔고 전세금도 없어서 월세로 나 앉았어

정말 저도 어디 계신지 잘 모릅니다.

 

 

 

 

 

우리 같은 사람이 찾아올까 봐 안 알려준 거지

아이고 갑시다.

가족들한테 피해를 안 줄라고 위장이혼까지 한 집안인데

그렇게 아끼던 장남 단칸방에 넣어 놓고

그럼 우린 어쩌라고 우리 가족은 어쩌라고

제가 빨리 취업해서 월급 나오는 대로 조금씩

월급쟁이가 어느 세월에 그 돈을 갚느냐고

내 자식새끼는 고3이라 대학 가겠다고 불철주야 공부하는데

등록금을 내줄 돈이 없어

개 공부하는 모습만 보면 입이 바짝바짝 타

수능 잘못 봐서 1년만 1년만 하고 쳐다보는데

자식새끼 실패를 바라만 보고 있는 

그만해 애한테 그러면 어덕해 

 

 

 

 

그런데 넌 두 다리 뻗고 잠이 오니

제가 해드릴 수 있는 것이 없어서 정말 죄송합니다.

대신 저도 절대 행복하지 않을 게요

아저씨들 고통 늘 생각하며 살겠습니다.

정말 죄송합니다.

어떤 순간에도 정말 행복하지 않을 게요

정말 죄송합니다.

 

그런데 이 런 상황을 문 밖에서

김태리가 다 보고 듣고 있다 

 

 

 

 

나는 돈 갚으러 왔어 만화책값 3,000원

이거 책 대여점 사장님이 갔다 주라고 했어

그냥 버려줘라

딱 3글자 써 있던데 "제 꿈은"

 

 

 

 

그다음은 뭐야 

뭐라고 써야 될지 몰라서 버리려던 거야

꿈 이야기로 시작하면 안 될 것 같아서

꿈이 없어?

니 꿈은?

내 꿈은 엄청 큰 꿈이 있지 고유림 라이벌 되는 것

나도 꿈이 컸어 내 꿈은 심지어 저기 우주에 있었어

우주?

나사에서 일하고 싶었어

 

 

 

 

어~~ 

 

아무것도 잘 모르면서 아는 것처럼 하는 것 같아서

무시하듯이 쳐다보자

알거든!!

막 우주선 만들고 우주 가고 그런 거잖아

그러면 나사면 미국에 있는 거잖아

영어도 잘했나 부다 진짜 공부 잘했나 부다

수학 문제도 잘 풀고 똑똑하고 

그래서 인기가 많았나 부네

백이진 선배

무슨 인기 

태양고 나왔던데  방송고 애가 그러더라 너 인기 많았다고 

그런데 다른 사람 같았어

 

앞으로 어떤 순간에도 행복하지 않겠다고

말하는 백이진과 다른 사람 같더라

황망한 채 고개를 숙이고 있는 백이 진을 쳐다보더니

내가 함부로 말했나

난 네가 뭘 함부로 해서 좋아

너 보면 내 생각이 나

열여덟의 나 같아

 

 

 

 

 

 

돌아가고 싶어?

절실히

뭐가 제일 그리운데

그냥 그때 걱정들이 그리워

뭐 숙제가 너무 많고 방송부 선배들이 너무 무섭고

축제 때 무대에서 실수할까 봐

좋아하는 여자애가 나 안 좋아할까 봐

뭐 그런 걱정

 

 

 

 

나랑 어디 좀 가자

늦었는데 어디 가

빨리 언젠 내가 함부로 해서 뭐 내가 좋다며

가자

 

여기는 이제 너네 학교가 아니잖아

태앙고는 안되고 여기는 되는 게 있어

엄청 신나고 행복한 거

수도가로 가더니

잘 봐

 

 

 

수도꼭지를 거꾸로 돌려서 수도를 틀자

분수처럼 물이 위로 솟구친다

 

끼야아 하고 소리 지르며 돌아와서는

어때 신나지 기분 엄청 좋아지지 않아?

난 이것 보고 있으면 행복해져

 

 

 

 

 

남주혁이 멀뚱멀뚱 쳐다보고만 있자

왜 별로야

하나 같고는 별로 안 행복한데

수돗가로 가더니  

수도꼭지 전부 다를 거꾸로 돌리더니

전부 다 수도를 트니

여러 개의 분수가 솟구쳐 올라간다  

 

 

 

 

 

 

역시 어른은 스케일이 다르구나

이걸 다 튼다고는 생각도 못했어

이제 좀 신이 나

신나는 정도가 아니라니까

폴짝폴짝 뛰면서

너무 행복해한다

 

 

 

 

 

그러다 경비가 거기 뭐 하는 거야 소리치며 다가 오자

수도 몇 개를 틀어막다가 반도 못 막고

그냥 도망친다

막 달린다

 

 

 

 

 

그만 달리자는데 왜 자꾸 달려 이게 뭐야 숨차고

그래도 재미있었잖아

우리 가끔 이렇게 놀자

싫은데

흠 싫어도 해

선택지 없어 해야 돼

왜?

 

 

 

 

 

네가 그 아저씨들한테 그랬잖아

앞으로 어떤 순간도 행복하지 않겠다고

난 그 말에 반대야

시대가 다 포기하게 만들었는데 어떻게 행복까지 포기해

근데 넌 이미 그 아저씨들한테 약속했으니까

이렇게 하자 앞으로 나랑 놀 때만 

그 아저씨들 몰래 행복해지는 거야

 

둘이 있을 땐 아무도 몰래 잠깐만 행복하자

이거는 우리 둘만의 비밀이야

 

 

 

 

 

달려서인지 들떠서인지 아리송한 숨이 찼다

바람이 불어와 초록의 잎사귀들이 몸을 비볐다

여름의 한가운데였다.

 

 

 

다음 주 2.19 예고

그 선배랑 무슨 사이야?

시대가 너를 돕는다.

나 개 싫어

내가 좋아하는 모든 사람과 거리 조절에 실패했다

나도 그만큼 미워할 수 있을 것 같아

넘어져서 발목이라도 나가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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